CD

지난 주말 오랜만에 집에 가는 길의 지하철 안이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이었지만, 짧은 배차시간 탓이었던지 지하철안은 한적한 상태였다.
아주머니 한분이 헝겊으로 된 천원짜리 CD(Compact Disc) 케이스를 열심히 소개하고 있었다. 허나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자그마한 지하철내에서도 풀려나지 않는지 아주머니는 빈손으로 다음칸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구석의 노약자석을 모두 차지하고 계시던 산행 다녀오신 듯한 무리의 한 할아버님이 궁금하셨던지 큰 목소리로 여쭈셨다.

할아버님 A : 어 여봐~ 거 뭐하는 거여?

아주머니는 친히 할아버님 앞에서 물건을 보여주며 ‘씨디지갑’이라는 유화적인 표현을 써서 할아버님의 이해를 도와 드리고, 덜컹 거리는 문을 열고 다음 장터인 8호차량으로 이동하셨다.

할아버님 B : 야 뭐하는 거래냐?
할아버님 A : CD지갑이래자녀
할아버님 B : 잉? 뭐라고 CD지갑? 씨디? CD가 뭔데?
할아버님 A : 허 거참, CD도 몰러 C!D!. 이거 대화가 통해야 뭘 해먹던지 하지 허허~
할아버님 B : (그제야 생각났다는듯이) 아~~ CD!

근디 CD면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인데, 지갑이 천원밖에 안한단 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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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개그였을까?, 아님 부르조아 할아버님의 철없는 오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