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구이

대하가 제철이라는 형의 말을 접하고 가까운 소래포구에 들러보았다.
얼마전에 치러졌던 행사인 ‘소래포구대축제’의 여러 현수막과 포스터들이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도착한 주차장을 지나면서부터 양갈래로 회집과 조개구이,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흥정과 함께 호객하는 모습들이 늘상처럼 보여졌다.
주말 오후여서인지 거리엔 꽤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 특히 포구옆 횟감을 직접떠서 파는 시장터 안은 말 그대도 사람들로 산을 이룰정도의 인파가 메워져 있었다.
싱싱한 갈치, 속이 꽉찬 꽃게, 빛깔좋은 조기, 맛갈스런 횟감, 살오른 대하 등이 바닷냄새와 함께 분주히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구입메뉴를 정하지 않고 왔었다면 선택에 상당한 애를 멋었을터이나, 이미 안면도 새우로 타겟을 정한터라 그나마 갈등하는데 보낼 시간은 저축할 수 있었다.

장터안의 대하는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검은 튀튀한 바탕색에 선명한 등줄무늬를 가진 타이거 새우와 회색빛 고른 민무늬를 가진 일명 안면도 새우가 그것이다. 타이거 새우가 더 굵직굵직한 종으로 찜용으로 좋고, 구이용은 자잘한 안면도 새우가 좋다는 것이 덧붙는 주인의 설명이었다. 구이용 재료로 그나마 굵으스름한 놈들로 일킬로그램 골라 만칠천원에 흥정을 마쳤다.

새우더미를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맛보기로 포구를 둘러보았다. 포구의 풍경은 배들의 쉼터라는 의미가 무색해지게 간간히 고기배만 보일때, 주변의 대부분이 생선회를 먹기 위한 야외터가 되어버린 듯했다. 사람 두명이 궁둥짝을 붙이고 앉을 수 있는 정도의 자리면 소주한병과 회접시가 한세트가 되어 술판이 벌어졌다. 이러한 모습들이 때마침 빠져나간 썰물과 함께 포구의 풍경을 더욱 썰렁히 만들어내고 있었다.
디카의 엘시디 창으로 담아본 포구풍경속의 불량화소 , 때론 사람들의 행동이 내게 그런 거스름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허기진 배를 이끌고 돌아와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랄 것도 없이 후라이팬에 굵은 소금을 적당히 깔아 불댕겨 놓고 빠알갛게 새우가 익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잔에 소주를 채워 놓고 젓가락 들고 입맛만 다셔댔다.
구워질때마다 머리만 떼어내고 껍질채먹는 대하구이의 맛은 정말 기기막혔다. 술잔 비우기도 잊어 버린채 둘이 장장 40여마리의 껍데기가 쌓일때까지 정신없이 먹어대기만 했으니 그 맛과 분위기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가리라. sunny가 ‘미친듯이 먹어댄다’는 과격한 표현을 썼을 정도였으니…
헌데 의외로 구이와 소주와의 궁합은 맞지 않는 편이어서, 매콤한 소스에 맥주 정도를 곁들였다면 더 훌륭한 만찬이 되었을거라는 아쉬움이 포만감중에서도 남았던 기억이다.
일요일의 점심저녁나절 투자해서 바다보고 사람들 구경 실컫하고 멋진 음식까지, 짧지만 짭짤한 여행으로 평하고 싶다.

우리처럼 일요일의 일상이 정해져 있는 연인들에게 권해보고 싶은 일탈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