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승계 계획을 토대로 조직문화를 어떻게 구축할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일단 당신이 할 수 있는 네 가지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자. 동료와 함께 특별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다른 방법이 있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1단계: 업무별 직원 목록 작성하기
당신이 직접 관리하는 요직 리스트, 즉 업무별 직원 목록을 작성하라. 각 직위별로, 정해진 기간 안에 해당 업무를 감당할 자격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 명단을 만들어야 한다. 각 후보에 대한 최근의 신상 정보, 강점과 약점 평가서, 필요한 사항, 포부 등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여기에는 반드시 최신 정보를 반영해야 하며, 전사적 차원에서 리더가 1년에 한두 번씩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후보 계발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추가 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다.
모두가 따라야 하는 정형화된 직원 목록은 없다. 각 조직의 규모와 특징에 따라 적절한 형태로 만들어서 사용하라. 어떤 회사는 종이 한 장을 두 면으로 분할해서 직원 목록을 작성한다. 미국 중서부 위치한 소비재 대기업에서는 본사의 창문 없는 방 3면에 대형 지도를 붙이고, 거기에 다양한 직급의 리더 수백 명의 이름표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정보가 역할, 교육, 기술, 관심사 등에 따라 다른 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경영진은 이 방을 ‘전쟁의 방’이라고 부른다. 특정 직급 이상의 자리가 공석이 될 것 같으면, 경영진은 이 방에 모여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각 이름표를 살펴보면서 회의를 진행했다.
대기업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원 목록을 꼭 이런 식으로 작성할 필요는 없다. 각 부서장에게 자기 분야를 분석하게 해도 된다. 그리고 정기 회의를 통해 갱신하도록 체계화시켜야 한다. 직원 목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직원 계발 및 배치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2단계: 경력 계발 계획 수립하기
조직 내 각 요직의 승계자를 키우기 위한 경력 계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는 누가 승계자의 코치가 될지, 승계자의 경력을 담당할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더불어 승계자의 성장에 도움이 될 업무 목록도 빠져서는 안 된다. 이때 새로운 사업부문, 기술, 지리학적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경력 계발 계획은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갱신해야 하며,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직속 부하의 경력 계발 계획을 갱신하는 일은 사업부문 리더의 임무다.
3단계: 평가와 후속 조치하기
1년에 한두 번씩 핵심 부서의 리더와 함께 승계 계획 회의를 해라. 그리고 연말 평가에 앞서 코칭이 제대로 이루어져 직원들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필요를 충족시킬 시간적 여유를 얻었는지 점검하라. 업무 분담 역시 직원이 더 큰 업무를 감당할 수 있도록 능력을 계발하는 방향으로 갱신되어야 한다.
핵심 인재 계발 업무를 연말 평가, 포상, 승진의 평가 요인에 포함시켜라.
4단계: 역할모델 되기
당신은 승계 활동의 역할모델이 되어야 한다.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인재 발굴, 핵심 인력 코칭, 직속 부하들의 업무 분담에 할애해야 한다. 당신의 노력을 눈에 보이게 할 방법도 생각해보라. 중요한 승계 전략 및 인재 평가 회의에도 참석해야 한다. 당신이 승계 계획에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직원을 가르치는 데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조직이 인재 계발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망한 글로벌 기업의 승계 계획 성공담을 살펴보자. 이 기업의 CEO는 자신의 다양한 역할 중에서도 ‘최고 인재 책임자’역할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회사가 뛰어든 핵심 사업부문에서 선두주자가 되려면 반드시 인적 자원을 주요 경쟁우위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자기 시간의 20퍼센트를 항상 인재 유치와 보유, 계발에 할애했다. 그는 회사에 인재가 항상 충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훌륭한 사람을 유치하고 보유하고 계발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믿었다.
이 회사의 승계 계획 절차는 상당히 정교하면서도 조직의 코칭, 평가, 훈련 절차와 잘 들어맞았다. CEO는 공개적으로 자신을 ‘파벌의 적’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회사가 폭넓은 의미에서 ‘다양성’을 포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인종이나 성별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인식의 측면에서 다양성을 갖추기를 원했다.
그는 직속 부하직원들과 객관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회사 밖에서 ‘친구’가 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CEO가 핵심 인재들과 너무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직원들이 승진하려면 CEO와 가까워져야 한다고 오해할까 두렵다고 했다. 한번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직원들이 내 농담을 듣고 억지로 웃는걸 원치 않습니다. 사실 나는 전혀 웃기지 않거든요.”
회사 내 여러 직급의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그들이 CEO를 진정으로 존경하고 CEO에게 충성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유를 파고들자 한 리더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는 매우 공평합니다. CEO는 제 업무를 토대로 저를 평가하죠. 개인적인 관계가 아니라요. 이런 절차 덕분에 저는 도전할 수 있다는, 코칭 받을 수 있다는, 맡은 업무를 해낼 수 있다는, 그래서 내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저는 회사를 위해 헌신할 것입니다. CEO가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회사에 최선인 것이 결국에는 제게도 최선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를 위해 제 잠재 능력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놀랍게도, 한두 사람만 이렇게 답한 것이 아니다. 회사 전체에 이런 평가가 자자했다. 그리고 모두 개인적 친분보다는 업무 성과를 토대로 한 평가를 비롯해, 대안적 시각, 의견 차이, 다양한 배경, 전반적인 공정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야말로 자신감 넘치는 리더들이 운영하는 인상적인 기업의 사례다.
출처 : 사람을 이끄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