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전성시대의 에티켓

요즘 인터넷에는 ‘블로그(Blog)’란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웹로그(Web Log)의 준말인 블로그는 온라인 게시판을 한 단계 확장시킨 홈페이지 혹은 그러한 홈페이지를 제작하기 위한 솔루션을 총칭하는, 온라인 출판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블로그는 HTML과 스크립트 같은 복잡한 홈페이지 언어를 몰라도 누구나 손쉽게 홈페이지를 만들어 텍스트와 이미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블로그에는 구독기능과 링크 기능까지 있어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 즉 블로거끼리 커뮤니티를 만들기가 아주 쉽다. 한마디로 입이 근질근질했던 비밀이나 혼자만 아는 정보를 활짝 공개하고 여론을 일으키기에 딱 좋은 기술이다.
네티즌들은 지금 블로그 기술에 힘입어 자신만의 재담을 살린 글쓰기에 몰입하고 있다. 지극히 사사로운 신변잡기로부터 시간 때우기용 유머, 날카로운 정치 풍자, 실용 생활 정보까지 각자 머릿속에 모셔놨던 정보들을 인터넷에 마구마구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를 동원해 거리의 톡톡 튀는 간판 이미지는 물론 아침에 밥상 메뉴까지 올리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럼 네티즌들은 왜 이렇게 블로그에 열광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자신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만 아는 이야기가 홈페이지에 정갈하게 활자화된 모습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평범하지 않은 감동을 준다. 게다가 일단 성공하면 하룻밤 사이에 수많은 네티즌 팬을 거느린 스타가 될 수 있다. 잘하면 오프라인 매체에서 모셔가기 위해 안달하는 스카우트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릇 자유와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인터넷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고해서 욕구를 배설하듯이 아무렇게나 글을 써 갈겨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우리 조상들은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꼽았다. 잘 알고 있듯이 여기서 신(身)은 신수를, 언(言)은 말씨를, 서(書)는 문필을, 판(判)은 판단력을 의미하는데, 인터넷에서는 특성상 이 문필만으로 인물을 상상하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보면 인터넷에 한줄이라도 글을 올린다는 것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이 반드시 소설가가 쓴 것처럼 유려한 문장력을 자랑하거나 칼럼니스트가 쓴 것처럼 빈틈없는 논리성을 갖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심오한 철학을 담은 무게 있는 글과, 이모티콘과 속전속결 단어로 채워진 일회용 글이 다양하게 공존할 수 있는 곳이 인터넷이니 말이다. 하지만 인터넷 글쓰기에는 좀 더 신중하고 예의바른 자세가 필요하다. 글 자체가 나 자신이 되기 때문이다.

하우피씨 서주연 편집장 ginnie@howp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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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피씨 2월호 편집자 노트의 글이다.
지금껏 블로그에 대한 기사중 가장 한국적인 냄새가 나는 글 같다.